외국을 처음 경험한 것이 이번 해외봉사활동이다.
처음 나가는 외국, 처음 해보는 해외봉사활동이기에 무엇인가 제대로 해보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시작할 때는 비장하듯, 비장한 각오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에티오피아 아이들에게 재미있으면서도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해보겠다는 거창한 다짐으로 시작했다.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낸 시간이 30시간이 넘어가고 기내식으로 3끼 이상을 밥을 먹으면서 출발하기 전의 다짐이 희미해질 쯤 장미꽃을 받으며 KVO 에티오피아 지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기나긴 비행의 마무리를 했다.
현지 스텝들의 환영인사와 장미꽃으로도, 따스한 침낭에서의 단잠으로도 긴 비행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천근 같이 쌓여있던 피로를 풀어주는 활력소가 있었다. 바로 아이들의 웃음이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우리들에게 먼저 웃음을 건네주고 손을 흔들어주는 아이들을 보니 저 밑으로 추락해 희미해 있던 나의 다짐이 다시금 날아올라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KVO에서 운영하는 급식소에는 많은 아이들이 매일같이 찾아온다. 이렇게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500인의 식탁’을 후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이곳의 많은 아이들이 하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한명의 아이에게 한 개의 빵과 한 접시의 음식! 우리에게는 볼품없는 한 끼의 식사일지 모르지만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하루 동안의 배고픔을 이길 수 있는 든든한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이곳의 실상을 잘 모를 때에는 모든 아이들이 찾아와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줄만 알았다. 현실은 달랐다. 배고픔을 참고 있는 아이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 아이들의 배를 채워줄 식량이 부족하고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을 배불리 먹는 것이 불가능 했다. 한 가정의 한 아이만이 급식소에 와서 한 끼를 해결 할 수 있다. 오늘은 형이! 내일은 동생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하루 세끼를 챙겨먹으면서 출출하면 빵 하나 사먹고 먹다가 배부르면 남기거나 버리는 것이 보통 아닌가! 지금까지 먹다 남긴 음식과 과식으로 쌀이 쪄서 다이어트를 했던 내 자신을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나와 한아이의 눈이 마주쳤다. 그 아이는 나를 향해 포크 한가득 음식을 담아 내밀었다. 이 음식으로 하루를 참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내일은 다른 형제가 와서 식사를 한다면 이틀을 더 배고파할지도 모르는데...... 한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 테이블을 보니 모든 아이들이 맑은 눈동자로 내 눈을 응시하고 음식이 묻은 조그만 입으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향해 음식을 내밀고 있었다. 그렇게 귀한 음식을 나에게 선물하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감사했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커져갔다. “과연 나도 배고픔을 알고 먹을 것이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아량이 있을까!” 자문을 해보았다. 내 자신에게 답을 하진 못하고 고개만 숙이게 되었다.
이렇게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기에 더 열심히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곱씹으며 5일간의 교육에 임했다. 우리들의 우려를 날려버릴 정도로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많은 재능을 보여주었다. 특히 데칼코마니와 실빼기를 할 때에는 알려준 방법이 아닌 창의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아이들을 보고 우리가 더 놀라는 일이 발생했다. 이곳의 아이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그렇지 교육을 받는다면 우리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든 봉사자들이 동의했다.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해보고 더 배우려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공간이 부족하고 사람이 부족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하고 더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우리의 야심작이 되어버린 ‘소원나무’만들기! 이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에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수정한 것도 많아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 교육의 꽃이 되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나 소원이 그려진 종이를 우리가 만든 소원나무에 하나하나 걸면서 ‘지금은 아이들이 자기의 소원을 재미로 그릴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이 나무를 보면서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교육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이곳의 아이들이 한국의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더 밝은 미래를 만들 꿈나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의 나는 좁은 취업문을 넘어보려고 아등바등 하고, ‘평범하게 살면서 우리가족만 행복하면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살아왔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2주간 봉사를 하면서 우리가족만 행복하게 살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직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삶의 방향을 선택해야할지를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2주간의 짧은 해외봉사활동이 내 삶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2기 KVO 아프리카 봉사단 이상국 님의 글)